미래를 바꿀 핵심 부품, 우리가 만듭니다.
LG이노텍 소자소재개발팀
통신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스마트폰 속에 들어가는 손톱보다 작은 부품이지만 이 위에는 통신칩, 필터 등 100여 개의 부품이 올라가고, 260여 가지의 공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다가올 빅데이터와 AI, 자율주행 시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될 반도체 패키지 기판. 세계에서 가장 얇고, 작지만 강력한 성능을 지닌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개발하고 있는 LG이노텍 소자소재개발팀을 만났습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LG이노텍 소자소재개발팀 김무성 연구위원, 박재만 책임연구원, 김용석 책임연구원, 황민영 선임연구원
6mm 세상에서 미래를 내다보다
LG이노텍의 RF-SiP 기판.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로 이 기판 위에 통신칩, 필터 등
100여 개에 달하는 부품을 올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의 메인기판과 연결할 수 있다. (출처 : LG이노텍 뉴스룸)
김무성 연구위원과 박재만 책임연구원, 김용석 책임연구원, 황민영 선임연구원은 방열 소재부터 반도체 패키지 기판 소재까지 오랜 기간 소재 연구에 매달려온 전문가들입니다. 박재만 책임은 현재 5G 환경에서 고주파에 대응하기 위한 안테나 패키지 기판 소재를 개발하고 있고 김용석 책임연구원은 저유전 소재 기판 설계와 차세대 기판 소재, 공법을 연구합니다. 황민영 선임연구원은 저유전 소재 개발과 가공성 확보를 위한 기판 제조 공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자소재개발팀을 이끄는 김무성 연구위원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 개발을 총괄하는 한편 미래 기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자소재개발팀 김무성 연구위원
Q. LG이노텍 소자소재개발팀을 소개해 주세요.
김무성 연구위원(이하 김무성): 저희 팀 이름이 소자소재개발팀인 만큼 소재 중심의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소재는 부품보다 1~2년, 많게는 3년까지 선행해서 개발을 진행하는데요. 다른 부서들이 현재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생산한다면 저희는 완전히 선행 개발, 새로운 소재, 기술적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신규 공정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사적으로 각 사업부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소재와 선행 공법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쪽에서 성과가 많이 나오다 보니 기판 쪽에 집중해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용석 책임연구원(이하 김용석): 또한 각 사업부에서 발생하는 소재 관련 이슈들을 해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은 CTO 조직과 사업부가 구분되어 있지만 연구 조직이 사업부의 요청에 바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요. CTO 조직은 소재와 소프트웨어, 공법 전문 조직으로 나뉘어 있고 소재를 다루는 저희 팀만 해도 고분자, 복합, 세라믹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재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발 앞서 트렌드를 파악하고 새로운 소재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소자소재개발팀 박재만 책임연구원
Q. 현재 어떤 기술들을 연구하고 계신가요? 연구 중인 기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용석: 5G 통신은 고주파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소재를 사용하면 신호 손실이 커서 전송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요. 저희 팀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신호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저조도 표면처리 기술을 적용한 구리 회로(Low Roughness Cu) 개발에 성공했고, 다음 해엔 세계 최고 수준의 저유전 소재를 개발해 5G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어요. 이 과정에서 저감된 접합 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세계 최초로 물리적인 접착이 아닌 화학적인 접착 트렌드를 만들었고, 지금은 이것이 전 세계 표준이 되었어요.
박재만 책임연구원(이하 박재만): 5G 통신 환경에서 신호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저유전 소재라면, 안테나 크기를 줄이기 위한 기술이 고유전 소재거든요. 저유전/고유전 소재 개발과 함께 고집적 기판 기술 연구도 하고 있어요. 고집적 기판 기술의 핵심은 ‘얇게 만드는 것’인데 기판을 얇게 만들려면 절연층이 얇아야 하거든요. 전체적인 기판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자소재개발팀 김용석 책임연구원
Q. LG이노텍의 통신용 반도체 기판 기술은 어떤 장점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나요?
박재만: 세계 최초로 유전율이 가장 낮은 제품과 가장 높은 제품을 개발했어요. 경쟁사와의 비교가 무의미한 게, 모든 신규 기술들이 소재를 기반으로 개발되다 보니 먼저 개발을 시작해서 레퍼런스를 만들어 놓으면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김용석: 방열 소재나 5G 통신용 소재의 경우 실제로 고객이 원하는 물성에만 집중하면 상업성이나 공정성이 떨어지기 쉬운데 저희 팀은 고객의 요구 조건에 맞춰 소재를 조성(Formulation)할 수 있는 기술과 기존의 양산 공정에 최적화할 수 있는 세부 튜닝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고객사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요. 기존 양산 공정에 맞춰 소재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기간 측면에서도 경쟁사보다 훨씬 유리하죠.
글로벌 1위,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장 먼저 만든다
LG이노텍의 통신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글로벌 시장에서 2018년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 소자소재개발팀은 2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신소재와 공법을 적용한 5G용 ‘RF-SiP(Radio Frequency-System in Package)’ 기판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이 기판은 신호 손실을 기존보다 최대 70% 줄였고, 미세회로 기술과 초정밀·고집적 기술로 기판의 두께도 20% 줄었습니다. 그 결과 LG이노텍의 RF-SiP 기판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습니다.
방열 기판과 저유전 소재와 관련하여 소자소재팀이 보유한 특허 출원 건수만 88건, 이중 특허 등록은 8건에 이릅니다. 글로벌 기술 선도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부터 LG이노텍 R&D 과제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고, 올해 초엔 LG그룹에서 혁신을 통해 고객 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격려하고 전파하기 위한 수상식인 LG 어워즈도 사업부 개발팀과 함께 수상했습니다. 최근엔 세계 최초 5G RF-SiP(Radio Frequency-System in Package) 기판으로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소자소재개발팀 황민영 선임연구원
Q. 소자소재개발팀에서 반도체 기판 소재나 공법을 연구개발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황민영 선임연구원(이하 황민영): 첫 번째는 개선하고자 하는 물성에 따른 반작용(Trade-off)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에요. 저유전 소재를 적용하면 유전체와 회로의 접합 강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것을 개발 초기 때부터 감안해서, 보완할 수 있는 공법을 함께 개발했어요. 덕분에 저유전 소재의 양산 라인 적용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제조사와의 원활한 협업이에요. 낮은 유전율을 가지면서도 기계적 강도와 가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은 난도가 높기 때문에 제조사의 개발 의지가 꺾이거나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거든요.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 제조사와 거의 매주 주간 보고 형식으로 과정을 공유하면서 개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개선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어요. 이런 부분들이 개발 일정을 단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반도체 패키지 기판 소재 연구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박재만: 반도체 기판 소재는 다른 소재보다 개발 주기가 굉장히 빠른 편이에요. 저희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을 개발하는데 고객사마다 많게는 일 년에 두 번, 적어도 한 번은 스마트폰을 출시하잖아요. 그 안에 들어가는 소재부터 기판과 칩 등을 전체적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출시 전까지 굉장히 일정이 빠듯하게 돌아가요. 그래서 한 번의 실패도 허용되지 않아요. 일반 제품들과 달리 공정 중에 하나만 잘못되어도 전체를 다 폐기해야 하고, 그것이 최종 제품의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압박감이 심한 편이에요.
김무성: 소재를 개발할 때 하나의 물성만 고려하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가 개발하는 소재는 전기 신호에 민감하면서도 패키지 형태로 만들었을 때 외부 충격이나 열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전기적인 물성 외에도 기계적인 물성, 열역학적인 물성, 화학적 물성까지 다 만족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워요. 고객사 입장에서도 패키지 기판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 중에 하나지만 만족시켜야 하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는 부품이에요.
LG이노텍이 개발한 5G RF-SiP 기판 (출처 : LG이노텍 뉴스룸)
Q. 해당 연구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소자소재 개발과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김무성: 앞으로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는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서버에 접속하게 될 것이고, AI로 기계가 스스로 자율적인 판단을 하는 세상이 될 거예요. 이런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지금과는 또 다른 패키지 기판이 필요하겠죠. 이제껏 저희가 모바일 분야에서 고주파수 환경을 대비하는 데 집중해 스마트폰에 어떻게 하면 작고 얇게 부품을 넣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다면, 이제는 성능과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데이터센터나 자율주행차에 들어갈 패키지 기판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이즈와 열로 인한 손실, 기계적인 충격에 강해야 하거든요. 환경이 어려워진다면 어려워진 환경에 맞는 패키지 기판과 소재를 개발해야 해요.
모바일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부터 더 얇고 미세한 패턴이 가능한 소재, 하지만 강성은 더 좋은 소재를 개발할 것이고, 공법과 장비도 여기에 맞춰 바꾸는 형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만드는 시너지, LG사이언스파크
LG이노텍 소자소재개발팀은 2017년 말 안산연구소에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이전했습니다. LG이노텍은 소재·부품 기업이어서 LG 계열사와도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많은데요. 그래서 이전 당시에도 계열사 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합니다.
Q. LG사이언스파크로 이전하고 난 이후 좋아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황민영: 측정이나 분석을 할 때 확실히 장점이 있어요. 저는 LG사이언스파크 내에서 SLC(공동실험센터)을 가장 좋아하고 즐겨 찾는데요. 예전에 연구소가 따로 있을 때는 내부에 측정 장비가 부족한 경우 외부 기관에 의뢰하거나 직접 찾아다니면서 이용했는데 한곳에 필요한 설비들이 모여 있으니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측정과 분석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김용석: 설비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쉽게 머리를 맞대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공동실험센터에는 분석 장비만 다루는 전문가들이 따로 있고, 계열사의 다양한 시뮬레이션 팀들도 모여 있어서 함께 논의하기도 좋고, 해결 방법도 더 빨리 찾을 수 있어요. 여기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확실히 큰 것 같습니다.
김무성: 다른 계열사의 선행 R&D 조직이 모두 입주해 있어서 협력이 편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예전에는 계열사와 함께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미팅을 위해 가산이나 파주, 구미 등지로 이동해야 했거든요. 한곳에서 미팅하고 결과물까지 도출할 수 있으니 효율이 훨씬 높아졌어요.
다양한 물성 분석 장비와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LG사이언스파크 SLC(공동실험센터) 내 분석센터
Q, LG사이언스파크를 한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김무성: ‘한국의 실리콘밸리’요. 굵직한 계열사의 연구조직이 모여 있다고 해서 한 번에 큰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애플이나 구글도 작은 사업 아이템에서 시작한 것처럼 우리 연구원들의 작은 아이디어와 아이템들이 모여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메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렇게 붙여봤어요. 계열사의 벽이 없어지고, 벤처 형태의 조직과 문화가 만들어지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박재만: ‘R&D를 위한 만능 백화점’ 같은 곳입니다. 말그대로 R&D를 위한 모든 것이 한장소에 모여있습니다. 최첨단 장비, 실험실 그리고 각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습니다. 다른 곳에 갈 이유가 없어요. 여기에 오시면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용석: ‘LG그룹의 퓨처 테크노 콤플렉스(Future Techno Complex)’요. 앞으로는 대기업인 LG도 더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목표에 따라 계열사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빠르게 뭉치고 흩어지면서 거기서 오는 시너지 효과가 크리라 생각해요. 그런 협업들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황민영: ‘두말할 필요 없다’.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지인들에게 설명해야 했다면 지금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 알더라고요. 그만큼 LG사이언스파크가 이제는 외부에 잘 알려진 것 같아요.
Q. 연구자로서 앞으로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황민영: 현재 개발하고 있는 유전체 기판 소재와 관련해서 제가 생각하는 미래 기술은 더 높은 주파수의 신호를 처리하는 ‘자율주행차’거든요. 작은 부품이라도 제가 개발한 소재를 탑재한 완성차를 꼭 보고 싶습니다.
김용석: LG이노텍을 기술력 있는, 영속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어느 기업보다 새로운 분야를 빠르게 개척할 수 있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것에 제가 좀 더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재만: LG사이언스파크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요. 그리고 명예의 전당 같은 곳이 있다면 거기에 이름을 남기고 싶네요. 혹시 우리 딸이 여기 입사를 한다면 제이름을 볼 수 있도록요. 그게 제 바램입니다.
김무성: LG인화원에 가면 1960년부터 LG그룹의 대표적인 제품들을 전시한 공간이 있는데, 그런 뮤지엄이 LG사이언스파크에도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직원들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가볍게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요. 그리고 그곳에 제가 개발한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과 창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팀을 ‘성장하는 개인이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또 다른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