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다양한 제품들을 사용합니다. 이 와중에 나도 모르게 느끼는 사소한 불편들을 쉽게 지나치기 쉬운데요. 고객이 느끼는 불편을 넘어 고객이 느끼지 못한 불편함까지도 연구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을 위한 물리적인 UI 디자인 영역인 ‘PUI(Physical User Interface)’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고객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찾아서
지난 4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LG사이언스파크와 대한인간공학회가 함께 주관하는 춘계학술대회가 개최되었는데요. 이중 LG기획세션에서는 LG그룹의 여러 계열사가 인간공학을 주제로 다양한 산학 및 기관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 내용과, 실제 제품에 적용된 사례 등을 발표하였습니다.
LG의 ‘프라엘’, ‘스탠바이미’, ‘클로이 가이드봇(공항 안내로봇)’ 등 대한 실제 제품에 적용된 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PUI 디자인 가이드에 대해 발표가 진행되었는데요. 실제 제품을 다양한 표본의 사람들이 사용해 보는 아날로그 연구방식, 컴퓨터로 제품의 사용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디지털 휴먼을 통해 결과를 예측해 보는 디지털 연구방식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법의 혼합 형식인 하이브리드연구 방식을 통해 LG 제품/서비스에 적용된 PUI 연구 사례들이 공유되었습니다.
인간공학적 PUI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LG전자 HE디자인연구소 UX팀 정성재 책임연구원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인간공학을 실현하다
LG프라엘을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LG 프라엘 ©LG전자
LG 프라엘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피부 멀티케어 기기입니다. LG전자는 하이브리드 PUI 연구방식을 통해, 고객이 더 편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손의 그립 형태와 제품의 디자인을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인간공학적 PUI를 적용하였습니다.
먼저 프라엘의 제품 설계 시 고려해야 하는 손과 관련된 6가지의 주요 변수를 선정하였는데요. 손가락 위치 간격, 손가락 너비, 손잡이 둘레 길이와 같은 부분들이 고려되었고, 한국인 300명의 손 치수를 측정한 값을 분석하여 최적화된 변숫값을 도출하였습니다. 이후 4개의 공식 설계를 개발해 실제 마사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사용자의 근육 부하와 피로도를 분석하고 정성적인 사용성 평가를 통해 최종 디자인 가이드를 확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인간공학적 연구의 결과로 프라엘 그립 부분은 소비자가 피로도를 가장 덜 느낄 수 있는 각도인 110도로 조정되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만족감은 높이고 근육의 과부하를 줄였는데요. 개선을 통해 고객이 더 안정적으로 제품을 잡을 수 있고, 헤드 부분을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버튼을 잘못 누를 확률은 크게 낮출 수 있었습니다.
LG스탠바이미를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LG 스탠바이미 ©LG전자
LG 스탠바이미는 차세대 이동형 TV로 스크린을 어디에서나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는데요. 개발과정에서 고객이 실제 제품을 사용할 때 고정형 TV에 비해 훨씬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한다는 점을 파악하였고, 다양한 시청 상황에서도 제품을 더 편하게 옮기고 시청 각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디자인 가이드를 도출하였습니다.
디지털 휴먼 모델링을 사용한 시뮬레이션 연구과정
디지털 PUI 연구방식을 통해, 표준 체형의 디지털 휴먼이 다양한 상황에서 제품을 옮기고 시청 각도를 조정할 때의 관절 부하를 측정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고객들은 이동형 TV를 시청할 때, 부엌이나 거실 등 다양한 장소에 TV를 옮겨 놓고 사용합니다. TV를 시청할 때에도 앉거나, 눕거나, 서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한다는 점을 감안해 고정형 TV보다 많은 기준 자세를 선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설정한 기준 자세와 위치에 따라, 화면 위치를 조절하거나 제품을 이동시키기 위해 취하는 자세를 설정할 수 있는데요. 화면 위치를 조절하고 제품을 이동하면서 기둥을 잡을 때 활용되는 인체 여러 부위의 관절 가동 범위와 부하 등을 연구해 점수화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화면 위치를 조절하는 최적의 범위, 다양한 상황에서의 TV 시청 시야, 제품을 이동할 때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자세 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는데요. 고객이 손으로 쥐는 그립 부위나 화면 시청을 위한 틸팅 및 스위블 각도 등을 최적화하고 고객의 신체 친화적으로 디자인 가이드를 개선하여 최적의 시청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 가이드를 확정하였습니다.
공항 안내로봇을 누구나 더 쉽게 터치할 수 있도록
LG 클로이 가이드봇 ©LG전자
LG 클로이 가이드봇은 2017년 인천공항에서 안내로봇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백화점, 대학 등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음성인식 기능 등의 기능을 갖추고, AI를 탑재하였으며 첨단 ICT 기술이 접목된 로봇인데요. 이후 2세대 개발 과정에서 고객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PUI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1세대 공항 안내로봇의 UX 검증 과정에서 터치스크린의 위치가 불편한 사용 자세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고, 전체 UI 구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사용성 개선이 필요하였습니다. 이에 아날로그 PUI 연구방식을 사용하여 최적의 디자인을 도출하는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표준마네킹 Model을 기반으로 최적의 터치영역을 도출하는 과정
우선 사용자의 표준 자세를 도출하기 위해 표준 체형의 성인 남녀를 선정해 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테스트는 로봇의 스크린을 터치하도록 하여 상황별 평균 사용 거리와 스크린 조작에서의 허리 각도 및 그 불편함의 정도를 측정하는데요. 여기서 도출해 낸 데이터와 인체 사이즈 통계를 활용하여 표준 체형의 마네킹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사용 자세와 이에 따른 불편함을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적정한 터치 영역을 도출하였습니다. 그 결과 2세대 공항 안내 로봇은 1세대에 존재했던 얼굴과 몸통의 별도 터치 영역을 몸통으로 일원화하여 고객이 느낄 수 있는 인지부조화를 줄이고 사용자가 적정 자세로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또한 쉽고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PUI의 개선 가이드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공학을 통해 더 편리해지고 있는 우리의 일상
인간공학적 PUI 연구를 통해 더 편리해진 LG의 제품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이처럼 고객과 맞닿은 다양한 분야에서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사용성을 극대화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새로운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 영역의 발전뿐만 아니라, 고객인 인간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PUI연구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UX연구소 염정호 선임연구원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가치를 높이고, 이를 위한 기술과 인사이트를 쌓아온 LG가 앞으로도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해 어떤 발걸음을 내디딜지 기대해 주세요. 또한 산업과 조직의 경계를 초월해 다양한 산학과 기관 등과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LG사이언스파크의 모습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