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은 소재·부품 산업의 핵심 자산입니다. 최근 기업들은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천문학적인 소송도 불사할 만큼 지식재산권에 많은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보고 기업의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힘쓴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산업훈장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LG이노텍 특허담당 김진현 상무입니다. 김진현 상무를 만나 지식재산과 특허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눴습니다.

LG이노텍 김진현 상무

산업훈장 최고 영예인 ‘금탄산업훈장’을 수상한 이유

Q. LG이노텍 특허 담당으로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연구원들이 연구개발한 발명 성과물과 기술을 지식재산권(IP)으로 보호하는 업무를 총괄합니다. 특허권이란 기술적 사상의 창작물을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그리고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인데요. 저는 특허를 출원하고, 권리를 확보하고, 더불어 특허 분쟁이 발생할 경우 라이선스 협상이나 소송 등을 통해 기업의 지식재산과 사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합니다.

Q. 국가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훈장 최고 영예인 ‘금탄산업훈장’을 수상하셨습니다.

사실 특허 제도의 기본 콘셉트는 ‘기술의 공개를 통한 산업의 발전’입니다. 특허를 출원하면 개발한 기술을 개발자 당사자만 알고,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공개됩니다. 이렇게 공개된 기술은 모두가 열람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의 보완과 개량에 힘을 쓰게 됩니다. 이를 통해 산업 전체의 기술 경쟁력이 증대되어 발전하는 것이지요.

대신 공개된 기술은 보호받아야 합니다. 특허를 출원한 대가로 배타적, 독점적 권리를 소유해 법적으로 기술을 보호받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LG이노텍 임직원들이 개발한 혁신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 출원 활동 및 권리 활용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는데 그 과정에서 국내 소재·부품 산업 발전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점, 또 외국기업에 대한 소송으로부터 승소를 이끌어 국가 핵심 특허를 보호한 점을 인정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오랜 시간 동안 지식재산권 관리 업무에 종사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 일을 하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특허만의 매력 때문입니다. 특허는 기술과 법, 두 가지를 모두 이해해야 하는 분야거든요.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법의 절차적 요건을 따르면서 법과 기술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죠. 저에게는 특허를 확보하고 확보된 권리를 보호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늘 새롭습니다.

독보적인 특허출원이 가능했던 이유, LG이노텍의 문화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이노텍 본사 로비 한쪽에는 다양한 특허들이 벽면을 꽉 채워 전시돼 있습니다. 이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와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온 LG이노텍 연구원들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임직원들이 이런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LG이노텍만의 문화와 환경 덕분이었습니다. 

LG이노텍 본사 로비에 위치한 Patent Wall의 모습

Q. 지난 5년간 해당 분야의 국내 특허출원 1위,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 출원 1위를 달성하셨습니다. 이런 독보적인 결과를 내실 수 있었던 이유가 있으신가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LG이노텍은 카메라, 전장, 기판 등 소재 분야에서 국내 4,299건의 특허를 출원해 국내 1위를 달성했고요. 이를 기반으로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 특허 출원 1,333건으로 PCT국제 특허 출원 1위를 이뤄냈습니다. 이는 국내 소재부품 업계 최고 수준으로 LG이노텍 내부에 기술 혁신을 장려하고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기업 문화가 잘 조성되어 있고, 연구 개발 아이디어 단계부터 특허 분석을 기반으로 R&D 활동을 전개하는 IP-R&D 활동 체계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죠.

Q. LG이노텍만의 특허 장려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특허 출원 관련해서 제가 임직원들에게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투 하이(Two High)’입니다. 하나는 ‘하이 퀀티티(High Quantity)’, 다른 하나는 ‘하이 퀄리티(High Quality)’예요. 특허는 양과 질이 모두 중요합니다. 특허 출원량이 증가하고, 특허 품질이 좋아지면서 내부 발명 역량도 함께 발전하거든요. 이 역량을 바탕으로 소재·부품 산업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면 이것이 기업의 특허 경쟁력이 됩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특허의 중요성을 내재화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특허로 출원될 수 있도록 연구진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권장하고, 더불어 아이디어를 제품에 적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적극 지원합니다. 이전에는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내부 행사를 별도로 진행해 특허와 관련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자 노력했지만, 현재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내재화되었습니다.

연말에는 ‘발명왕’을 뽑아 사내에서 시상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와 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죠. 기업이 먼저 앞장서서 이런 문화를 조성해야 연구원들이 안심하고 연구 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구 및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제 역할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특허분석 시스템, TAAPs의 탄생

세상이 디지털화되며 ‘데이터’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원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LG 이노텍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특허분석 시스템인 TAAPs(Technology Analyzer & Advisor based on Patents)도 이러한 특허 데이터들로부터 인사이트를 발굴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매년 새롭게 출원되는 특허 빅데이터를 AI 기술이 접목된 시스템을 통해 분석하여 IP(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연구개발을 위한 전략과 방향성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특허분석 시스템인 TAAPs 개발은 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기술인가요?

쉽게 말해 TAAPs는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수집된 특허정보 빅데이터를 분류 및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통해 특정 인사이트를 리포트 해주는 ‘토털 특허분석 시스템’입니다. 2020년에 처음으로 개발됐고, 현재 이 시스템을 사업에 적용하며 점점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특허를 분석하고자 하는 노력은 있었지만, 이렇게 특허의 분류와 분석, 리포트 생성까지 전체를 통합하는 일련의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저희가 선도적이라 할 수 있어요.

시스템 개발을 위해 LG사이언스파크의 AI추진단(현 LG AI연구원), LG CNS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LG계열사의 AI 전문가가 모두 모였고, 시스템 개발의 가장 중요한 설계 단계부터 함께 했습니다. TAAPs 같은 토털 시스템이 구축된 바가 없는, 개발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고 독자적으로 기획하여 이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기에 부담이 컸습니다.

Q. 이렇게 어렵게 개발된 TAAPs는 산업에서 어떤 효용 가치가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특허는 매년 평균 300만 건 이상 출원이 되는 빅데이터입니다. 게다가 특허 하나에도 수많은 기술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수작업으로는 그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죠. 바로 여기에 TAAPs의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AI 기술을 접목하여 빠른 시간 안에 방대한 양의 특허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TAPPs의 핵심이죠.

TAAPs의 궁극적인 가치는 특허정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LG이노텍의 연구·개발과 사업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기존에는 수만 건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파편화된 정보를 보고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특허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업 전반의 기술 개발 현황을 파악하여 LG이노텍이 기술/제품을 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R&D 방향성과 같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략특허’를 바탕으로 특허분쟁에도 대비

Q 국제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많은 승소를 이끄셨다고 들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기술 패권주의’라고 할 정도로 기술이 가진 힘이 막강합니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기술 개발 경쟁이 매우 치열해요. 이렇게 치열한 만큼 분쟁도 많이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제조업의 경우 특허 소송/분쟁은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특히, 소재·부품 산업은 B2B로 사업이 이뤄지다 보니 소송의 결과에 따라 추후 고객사와의 비즈니스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에 LG이노텍의 고객을 보호하고 미래의 사업을 위해 ‘전략특허’를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습니다.

Q. 특별히 어려웠던 특허 소송이 있으셨나요?

오랫동안 소송을 해왔지만, 모든 소송이 어렵습니다. 양쪽 기업이 사활을 걸고 준비하기 때문에 가능한 소송은 피하고 싶을 정도로 쉬운 소송이 하나도 없어요(웃음). 그래도 어려웠던 사례 하나를 꼽자면 해외의 B사로부터 우리 회사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받은 건입니다. 자사는 B사가 공격한 특허침해소송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하였고 B사의 소송을 최종적으로 무효화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LG이노텍이 보유한 전략 특허를 바탕으로 B사에 역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죠. 결국 저희가 승소를 하였고 그 결과 B사로부터 로열티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특허 출원 활동에 대한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희 특허 부서 캐치프레이즈가 ‘혁신을 특허로, 특허로 미래를’입니다.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부품 특허를 바탕으로 LG이노텍이 글로벌 No.1소재부품기업이 될 수 있도록 특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