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선배' 화학공학과 편
화학공학은 일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며, 화학 기술이 사용되지 않은 제품을 찾기는 어렵다고 하는데요. 화학공학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일상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기술 응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공대선배들이 있습니다.
화장품 소재 기술을 연구하는 LG생활건강 권구철 책임연구원,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만드는 LG화학 강순희 선임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화학공학과 공대선배 두 분을 만나, 화학공학과에서 배운 어떤 지식을 어떤 직무에 발휘하고 있는지, 그밖에 어떤 핵심 역량이 필요한지 물어봤습니다.
(왼쪽부터) LG생활건강 권구철 책임연구원, LG화학 강순희 선임
Q.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나요?
권구철 책임연구원 (이하 권구철): 같은 화학공학을 전공한 강순희 선임님과 인터뷰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LG생활건강 화장품연구소 기초/Cream & Essence Project 팀에서 스킨케어 제품에 적용되는 소재 개발과 연구를 담당합니다.
여러 피부 환경에서 자극 없이 좋은 효과를 내는 화장품 소재 전달 기술과 유효성분의 안정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석·박사 시절, 약물을 목표 부위에 전달하고, 효능과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약물 전달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강순희 선임 (이하 강순희): 저도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소 항균소취소재PJT에서 항균 모노머(단위체)와 고분자를 개발해서 소재에 적용하는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항균 기능의 신규 모노머를 합성한 다음 이를 고분자 주사슬에 결합하여 항균물질이 유출되지 않는 안전한 신소재를 개발합니다.
해당 바이오 원료는 자기 체적의 50~1,000배의 물을 흡수하는 플라스틱인 ‘고흡수성 수지’(SAP)에 적용되어 기저귀나 생리대 제품에 사용되고, 항균 필름, 바닥재 등 항균과 세균 번식 억제가 필요한 제품으로 응용처를 넓히는 중입니다.
Q. 전공과 직무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강순희: 모노머 합성과 고분자 중합 업무는 학부 때 공부한 고분자 공학, 유기화학, 기기분석학과 연관성이 깊습니다. 기기 분석은 분석 화학에서 다루는 기기 전반과 기기를 이용한 분석 법을 배우는 학문인데, 기기의 작동 원리를 공부하지 않고 현업에서 갑자기 기기를 사용하려면 어렵고 거부감이 들 수 있거든요. 실무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100% 같지는 않지만, 화학공학적 지식이 있어야 장비 사용법을 익히고 측정 실험을 할 때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석·박사 통합 과정을 수료하면서 산업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권구철)
권구철: 화학공학과 화공생명공학을 전공하며 암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화학물질을 전달하는 ‘전달 기술’을 배웠어요. 화장품도 효과를 발휘하려면 피부 속으로 필요 물질을 전달해야 하는데요. 피부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거나 침투하는 소재나 기술을 찾는 원리가 전달 기술과 동일해 학부와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응용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직무를 수행하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권구철: 제가 개발한 제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죠. 매장에 가서 제품을 직접 찾아보고, 온라인 후기를 밤새 읽었어요. “중요한 일이 있기 전에 빌리프 모이스처라이징 밤 히알루론산 파우더 제품을 바르고 자면, 다음 날 아침에 수분기가 돌고 광이 나요”라는 후기가 기억에 남아요. 사용자가 느낀 점과 제가 제품 개발할 때 의도했던 부분이 일치했고, 최종 사용자의 인정을 받아서 정말 뿌듯했어요.
빌리프 ‘모이스처라이징 밤’ ©LG생활건강
강순희: 저도 제가 연구한 결과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독성 물질 유출이 없는 기능성 소재인 ‘모노머 기반 고분자 소재 기술’로 LG 어워즈 시장 선도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적이 있어요. 대학원 때 항균 실험을 했던 덕분에 소재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실생활에 쓰는 제품에 안전하게 항균 기능을 적용하게 될 겁니다.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 기술과 항균 제품이 상용화된다면 더욱 기쁠 거예요.
화학과 일상은 늘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일상에서 화학을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고 말하는 두 분은 화학공학 지식을 활용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품을 사용할 사람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우리 삶을 세심하게 돌아볼 줄 아는 역량도 필수라고 덧붙였습니다.
Q. 업무를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요?
권구철: 화학공학적 지식으로 고객이 기대하는 효과에 걸맞게 효능을 규명하고, 제품 내에서 소재 궁합이 잘 맞도록 설계해야 해요. 타깃층의 화장품 구매 이유와 피부 환경을 이해하고, 제품화로 이어가는 역량이 있어야 해요. 사람마다 피부 상태, 사용 목적이 다르니까요. 특히, 화장품은 기능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이 모두 중요해서, 복합적인 요소를 분석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일상 관찰을 통해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역량이 필요해요.” (강순희)
강순희: 맞아요. 화장품과 소재 모두 일상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사람과 환경을 두루 살펴야 하죠. 예를 들어, 항균 모노머 기반 기술은 플라스틱과 섬유에 사용되고, 생분해 메커니즘을 활용해 다른 연구와 접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평소에 연구 분석을 꼼꼼히 하고, 일상 관찰을 통해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지 고민하는 역량이 필요해요. 소재를 개발하는 초반에는 안전성 검증에 힘쓴다면, 나중에는 소재 관련 기술을 응용해 여러 제품에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강순희: 취업 준비할 때 경험 사례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대학생 시절 대외활동을 통해 중학생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친 경험이 있어요. 조를 짜서 많은 학생들을 이끌고, 또래 친구들과 조 모임을 하면서 소통했는데요. 그때 경험을 ‘소통 능력’의 근거하는 사례로 자기소개서와 면접 때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본인의 역량을 뒷받침해 줄 다양한 경험을 꼭 해보세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린 태도와 유연한 마음가짐입니다.” (권구철)
권구철: 연구원 대부분은 같은 전공이라도 세부 전공 내용과 연구 내용이 모두 다릅니다. 회사가 필요한 연구와 본인의 경험 및 전공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먼저 고민해 보세요. 완벽히 일치하는 전공이 아니더라도 현재 연구 분야와 관련 있거나, 대학과 대학원에서 비슷한 연구 과정을 경험한 점으로도 충분합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린 태도와 유연한 마음가짐입니다.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기민하게 변할 줄 아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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