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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novators] 인간과 인공지능이 교감하는 세상을 향해, 멀티 페르소나 챗봇을 만드는 ‘튜닙(TUN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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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병 튜닙 대표

박규병 튜닙 대표

 

SF영화를 보다 보면 인간과 인공지능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영화 ‘그녀(HER)’에서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죠.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유대를 맺는 세상은 이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디지털 휴먼, 챗봇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튜닙(TUNiB)’의 박규병 대표를 만났습니다.

 

인공지능 챗봇, 인간의 담화를 이해하는 ‘종합 예술’

박규병 대표는 2021년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 ‘튜닙’을 창립했습니다. 인공지능의 여러 분야 가운데 그가 주목한 것은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on, NLP) 기술, 즉 컴퓨터로 인간의 언어를 구현해내는 기술입니다. 여기에는 자연어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생성하는 기술들이 포함되는데요. AI연구 전문 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의 창립 멤버였던 그는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동료들과 뜻을 모아 ‘튜닙’의 문을 열었습니다.

“튜닙은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인공지능 챗봇을 만듭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챗봇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 요소를 아우르는 고도의 대화 모델링 기술을 개발하고 있죠. 튜닙은 ‘기술 스타트업’으로, 단순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서비스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견인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인공지능 챗봇 기술을 가진 기업이 되고자 해요.”

 

박규병 튜닙 대표

 

“인간의 담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챗봇의 언어 능력은 자연어 처리 기술이 적용된 영역 중 가장 복합적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마치 종합 예술과도 같죠. 그 속에는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능력까지 정말 많은 능력이 필요해요. 게임적 요소는 물론,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번역도 할 수 있어야 해요. (인공지능 챗봇이) 좋은 대화 상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능력들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 챗봇 ‘블루니'와 ‘코코, 마스’의 아빠가 된 국문학도

친구와의 대화에서는 편안함을, 연인과의 대화에서는 사랑과 지지를, 스승과의 대화에서는 가르침을 얻듯이, 우리는 여러 사람과 대화하며 각기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박규병 대표는 챗봇도 이와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 가지 형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대화의 니즈를 만족하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이죠.

전 세계 하늘을 떠다니며 수집한 여행 정보를 안내하는 구름 챗봇 ‘블루니와 친근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반려견 챗봇 ‘코코, 마스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시범 테스트를 마친 ‘블루니’와 ‘코코, 마스는 올해 하반기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튜닙 챗봇 블루니 ©튜닙

튜닙 챗봇 블루니 ©튜닙

 

“우리에게 익숙한 인간 형태의 챗봇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블루니(구름)’와 ‘코코, 마스(반려견)’ 모두 인간이 아닌 어떠한 존재로 만들었죠. 시범테스트 과정에서 테스터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가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라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블루니’는 말을 너무 잘해서 신기하다는 반응이, ‘코코, 마스’는 내 편을 들어주는 따뜻한 챗봇같다 라는 반응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박규병 대표는 놀랍게도 정석 ‘개발자 코스’를 밟지 않고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힌 비전공자입니다. 국문학과 언어학을 전공한 그는 챗봇 개발을 위해서는 공학적 소양만큼이나 인문적 소양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간단한 안내를 도와주는 고객센터의 챗봇이 아닌, 친구처럼,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다양한 페르소나의 챗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감성의 영역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규병 튜닙 대표

 

“저 때만 해도 국문과 졸업생이 출판사에 취업하는 건 자연스러운 루트였어요. 사실 저도 제가 코딩으로 밥 벌어먹고 살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죠 (웃음). 출판사에서 영어 검색 사이트에 대한 책을 기획하다 사이트를 만드는 업무에도 참여했는데요, 그때 우연히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웠죠. 그렇게 IT 분야와 연이 닿았고, 국문학도인 제 강점을 살려 자연어 처리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신생 스타트업의 고민을 해결해준 SUPERSTART

인공지능 챗봇에 대한 열정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했지만, 현실의 벽은 꽤 높았습니다. 금전적인 문제부터 갖가지 시행착오까지, 녹록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는데요. 박규병 대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박규병 튜닙 대표

 

“스타트업은 항상 자본이 부족해요. 또 대기업은 서비스 하나가 실패해도 쉽게 망하지 않지만, 스타트업은 서비스의 성패가 생존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다양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힘든 점 중 하나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하다못해 영수증 처리하는 일까지 모든 체계를 갖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해요. 

특히 대표의 정신 건강 문제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웃음)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대표의 개인기에 따라 회사의 성쇠가 좌우되는 면이 있거든요. 앞날을 모르는 건 매한가지인데 그러한 불안감과 부담감을 이겨내야 해요. 그게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겪을 고민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튜닙’은 국내 최대규모 스타트업 행사인 KDB NextRise 2021의 밋업을 통해 LG와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유망한 청년 사업가를 지원하는 LG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LG CONNECT(현재의 SUPERSTART)에 초청되어 Best 11 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LG사이언스파크 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인 Open Lab(현재의 슈퍼스타트 랩)에 입주할 기회를 얻었어요. 사실 사무실 임대료에 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다양한 LG계열사들의 담당자들을 만나 저희의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기대되고, 특히 LG와 ‘튜닙’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저희 직원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베타 테스트 지원을 포함해 서비스 출시 후의 광고/홍보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SUPERSTART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에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 ‘SUPERSTART LAB’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 ‘SUPERSTART LAB’

 

“사실 SUPERSTART를 만나기 전 다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도전해봤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됐어요. 현장감도 떨어지고, 피칭에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LG CONNECT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어도 실제로 무대에 올라 발표를 진행했고, 메타버스를 통해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셨는데요, 초보 대표였던 저에게 튜닙이라는 기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행사 이후 투자유치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좋은 발판이었다고 생각해요.”

 

“챗봇은 인간에게 좋은 가치를 줘야 해요.”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성장하고 있는 ‘튜닙’은 ‘블루니'와 ‘코코, 마스'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여러 페르소나를 가진 다양한 인공지능 챗봇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박규병 대표는 튜닙이 챗봇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지능’을 만드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박규병 튜닙 대표


“사람들은 인간과 닮은, 나아가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원해요. 하지만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거든요.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을 모티프로 해서 새롭게 탄생하는 또 다른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이상적인 챗봇이라면 분명히 인간에게 더 나은 가치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친구처럼, 사람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챗봇을 만들고 싶다는 박규병 대표. 마지막으로 튜닙이 그리는 로드맵의 최종 단계는 수많은 페르소나 챗봇이 모여 있는 ‘챗봇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튜닙’이 선보일 인공지능 챗봇,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갈 더 나은 가치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