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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TECH COLUMN] ‘천연’은 좋고 ‘화학’은 나쁘다? 천연계면활성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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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TECH COLUMN] ‘천연’은 좋고 ‘화학’은 나쁘다? 천연계면활성제의 비밀
[SP TECH COLUMN] ‘천연’은 좋고 ‘화학’은 나쁘다? 천연계면활성제의 비밀

KEYWORDS
#계면활성제 #화학 #팩트체크 

 

계면활성제(surfactant)는 샴푸나 주방세제 같은 제품에 들어가는 필수 세정 성분이다. 좀 더 화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계면활성제는 물에 녹기 쉬운 친수성 부분과 기름에 녹기 쉬운 소수성 부분을 가지고 있는 화합물인데, 기름때에 계면활성제가 달라붙어 장력을 약화시켜 서로 분리시키는 성질을 이용해 비누나 세제 등의 세정제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천연계면활성제 샴푸를 썼더니 두피 가려움이 사라졌어요!

 

위 문장은 샴푸나 바디워시 같은 세정제 제품 홍보 글(특히 블로그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천연계면활성제’는 100% 순수 천연 소재로 계면활성제를 만든 것이고, 때문에 기존의 (합성)계면활성제보다 세정력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훨씬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엄밀히 과학적 사실이라 말하기 어렵다. 
 

천연계면활성제는 없다?!

천연계면활성제는 없다?!

 

100% 천연계면활성제로 만든 샴푸가 있다? NO!

천연계면활성제라고 홍보하는 제품들의 논리는 보통 이렇다. 합성계면활성제는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이며, 자기들이 사용하는 천연계면활성제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세정성분이라는 것.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첫 번째, 100% 천연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세정 제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화학적인 합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즉 자연 상태에서의 계면활성제(천연계면활성제)는 계란이나 콩(대두)에 들어있는 ‘레시틴(lecithin)’, 그리고 인삼에 들어있는 ‘사포닌(saponin)’ 2가지 정도이다. 더욱이 이 두 성분은 매우 미량이 들어 있기에 이를 활용해 제품의 양산까지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천연계면활성제는 없다?!

 

그렇다면 천연계면활성제라 홍보하는 제품들은 대체 어떤 성분을 사용한 것일까? 대부분 천연'유래'계면활성제를 쓴 것으로 판단된다. 천연유래계면활성제는 천연계면활성제와 엄밀히 다르다. 보통은 팜유 혹은 코코넛유 같은 천연 원료에서 추출한 지방산에 화학 과정이 더해 만들어지는데, 천연계면활성제라 하지 않고 천연유래계면활성제라고 하는 이유는 이 또한 화학적 합성 과정을 통해 가공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연유래계면활성제는 사실 그렇게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세정 제품 대부분에 활용되고 있으며, LG생활건강 역시 다양한 천연유래계면활성제를 자사 제품에 고루 사용하고 있다. 물론 자사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천연계면활성제라 홍보하진 않는다.
 
 

‘화학’ · ‘합성’ 꼭 무서워 할 필요는 없어

두 번째, ‘합성계면활성제는 유해하다’라는 주장 역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철저한 성능검사를 거쳐 시장에 출시되는 합성계면활성제 제품은 대부분 인체에 무해하다. 

우리는 ‘합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인체에 유해할 것 같은 생각을 떠올린다. 그러나 ‘합성’이라는 말 자체가 결코 무시무시한 단어는 아니다. 화학에서 말하는 합성이란 ‘화학적 공정을 거쳐 성질이 전혀 다른 물질로 바뀌는 과정’으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천연재료로 비누를 만들곤 하는데 그 과정도 엄밀히 말해서 ‘합성’이다.

이런 인식에 불을 지폈던 루머들도 있다. 한때 ‘합성계면활성제는 석유 찌꺼기로 만든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또한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화학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모든 계면활성제의 구조는 친유기(기름에 잘 녹는) 부분과 친수기(물에 잘 녹는)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천연계면활성제는 없다?!

 

위 그림은 대표적인 합성계면활성제 ‘소듐 라우레스 설페이트(SLES)’다. 그림 속에서 꼬리처럼 길게 이어진 부분이 친유기 부분인 '카본체인'인데, 70~80년대에 계면활성제를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해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이용해 카본체인을 합성하여 계면활성제를 생산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나프타는 석유 찌꺼기가 아니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휘발유보다 더 순수한 형태로 증류되며, 이를 분해하고 합성해 염료,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더욱이 나프타를 이용한 계면활성제의 합성은 90년대 이후엔 거의 이뤄지고 있지도 않다.
 
이제 유해성과 관련한 이슈를 살펴보자. 합성계면활성제가 유해하다는 것은 계면활성제의 친수기 성분인 에틸렌옥사이드(ethylene oxide, EO)와 관련이 있다. 에틸렌옥사이드를 합성하기 위해선 에폭사이드라는 원료를 반응시켜야 하는데, 이 화학 과정에서 부산물로 1,4-다이옥산(1,4-Dioxane)이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는 1,4-다이옥산이 동물에게는 발암성 증거가 확실하고, 사람에게선 충분하지 않다고 하여 Group 2B: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는 물질)으로 규정했다.
 

1,4-다이옥산의 경우, 제품을 생산할 때 필수로 포함되어 있는 정제 과정을 통해 대부분 제거되지만 찝찝한 마음을 완전히 떨칠 수 없다면 에틸렌옥사이드가 포함된 계면활성제를 피해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제품성분표 중 라우레스(Laureth), 세테스(Ceteth) 등 이름에 '–eth'가 붙은 것들이 있다면 에틸렌옥사이드가 포함된 계면활성제다. 소비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최근 원료업체와 제품업체들은 ‘EO-프리’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추세기도 하다..
 

천연계면활성제는 없다?!

설페이트계 계면활성제 4종, 파라벤 6종, 미네랄 오일 등 20가지 화학 성분을 첨가하지 않고 알레르기 유발 성분 25가지를 뺀 향료를 첨가한 LG생활건강 세꼼마 모이스처 버블 핸드워시

많은 이들이 화학(혹은 화학물질)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거부감을 느낀다. 어둠침침한 공장에서 부글부글 끓는 화학약품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화학성분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 우리는 이를 케미포비아(Chemiphobia, 화학물질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과 혐오를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합해져 만들어진 신조어로 화학성분에 대한 공포를 이르는 말)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학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약부터 일상 제품까지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화학을 통해 만들어지며, 화학 덕분에 우리 삶은 훨씬 편리해졌고, 안전해졌다. 두려움을 조장하는 근거 없는 소문들이 아닌 정확한 정보들이 많아져 화학이 뒤집어쓴  누명(?)이 하루빨리 걷히길 바란다.
 

 

천연계면활성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