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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TECH COLUMN] 이 세계에서 이세계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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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TECH COLUMN] 이 세계에서 이세계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이야기
[SP TECH COLUMN] 이 세계에서 이세계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이야기

KEYWORDS
#이세계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 이(異)세계 - 지금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

몇 년 전만 해도 이 단어를 말하면 “너 덕후 구나?”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주로 만화, 애니메이션 배경으로 '이세계'가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몬스터가 존재하는 곳, 판타지 월드, 평행우주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는데, 최근에는 인기있는 웹툰 · 웹소설에도 단골 인기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異)세계에 흥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세계 스토리의 주인공은 우리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지극히 현실성을 가진 사람이 다른 세계로 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낯섦과 동경을 동시에 느낀다.

이 세계에서 이세계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이야기

웹소설 제목을 패러디한 밈이 이세계에 대한 동경과 낯섬을 대변한다.

그런데 이런 이세계를 기술적으로 구현해 보고 싶어 하는 공학도들이 있으니, 이들이 만든 대표주자가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메타버스(Metavers)다. “메타버스는 좀 들어 봤는데, 디지털 트윈은 뭐야?” 오늘은 디지털 세상을 표현하는 두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This)세계의 디지털화, 디지털 트윈

만약 현실에 있는 물체를 디지털 세상에 똑같이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사과 같은 작은 물체부터 자동차, 우리집, 우리 동네까지. 이러한 세상에서는 자동차 충돌 테스트 같은 위험한 실험들을 가상 세계의 자동차로 할 수 있고, 건설중인 건물의 일조량을 예측하는 것 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현실과 똑같이 구현된 디지털 세상에서 실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가상 세계에 현실과 똑같은 모델을 구현하는 것'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고 한다.

이 세계에서 이세계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이야기

데이터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 현실과 똑같은 모습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디지털 트윈의 유래는 2002년 미국 마이클 그리브스 박사가 주장한 제품생애주기관리(PLM)의 이상적 모델을 나사(NASA)의 존 비커스 박사가 ‘디지털 트윈’으로 이름을 붙인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2010년 NASA는 우주탐사기술개발 로드맵에 디지털 트윈을 반영했고, 우주산업에서 먼저 디지털 트윈 기술은 쓰이기 시작했다. 

나사 화성 탐사 로봇 퍼시비어런스의 쌍둥이 로봇

나사 화성 탐사 로봇 퍼시비어런스의 쌍둥이 로봇 (출처: 나사 홈페이지)

사실 나사는 이미 우주선, 탐사로봇 등의 쌍둥이 모델을 만들어 다양한 환경에 노출하는 등 트윈 모델 -엄밀히 말하자면 물리적, 아날로그 트윈-을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활약 중인 화성 탐사 로봇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 역시 지구에 쌍둥이 로봇이 있다. 화성에서 거친 지형을 가야 할 경우 혹여 작은 고장이라도 나면 ‘화성까지’ 수리하러 갈 수 없기에, 먼저 지구에서 동일 지형, 쌍둥이 로봇으로 먼저 시험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물리적 트윈을 활용하던 나사는 이를 디지털로 옮겨오며 본격적으로 우주산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자사의 엔진, 터빈 등 제품을 개발하는데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울시 전역(605.23㎢)을 사이버공간에 3D로 동일하게 복제한 디지털 트윈 도시 S-MAP.

서울시 전역(605.23㎢)을 사이버공간에 3D로 동일하게 복제한 디지털 트윈 도시 S-MAP. (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최근엔 엔진, 터빈, 자동차와 같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모델을 넘어서서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같은 대규모 구역 전체에 디지털 트윈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처음엔 실제로 쌍둥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대상들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도시나 공장 같은 물리적인 구현이 불가능한 것들이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되고 있는 추세이다.

'공장의 설계나 공정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도시에 거주민이 엄청나게 몰리면 어떻게 될까?' 현실에서는 섣불리 실험해 볼 수 없던 일들은 디지털 트윈에서는 현실이 된다. 모의시험을 통해 문제점이 파악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 역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버추얼 팩토리가 궁금하다면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버추얼 팩토리가 궁금하다면 (클릭)

이(異)세계의 디지털화,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에 비해, 메타버스는 대중에게도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개념이다. 쉽게 말해 영화 ‘아바타’, ‘매트릭스’,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오는 가상 세계 혹은 우리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 SNS 도 하나의 메타버스라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이 합쳐진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1992년 출간된 소설 ‘스노 크래시’ 속 가상 세계 이름에서 유래됐다. 현재 메타버스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실의 나 대신 3D 아바타 또는 캐릭터를 통해 일상 활동,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가상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아바타를 통해 서로 만나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

아바타를 통해 서로 만나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

코로나 19로 인한 일상의 변화, 좀더 자세히 말해 비대면화를 통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기술이 폭발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학교 수업이 아닌 사이버 강의를 듣고, 출근이 아닌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세계의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투어 메타버스를 이용한 기술들을 선보였고, 많은 사람들은 페르소나라는 제 2의 가면을 쓰고 가상현실을 경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메타버스 서비스, 팀즈 메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메타버스 서비스, 팀즈 메시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최근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로 구현한 가상 세상이란 콘셉트 자체의 문제보단 현재 기술 성숙도, 즉 기술로 구현 가능한 수준에 비해 대중의 관심과 열망이 과도했던 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19가 진정되며 보상심리로 인해 사람들이 다시 현실 세계를 즐기러 간 영향도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메타버스는 분명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영역임에 틀림없다. 기술이나 장비의 발전에 따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 분명 다시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향하는 방향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세계에 존재하는 모델을 디지털화해 가상 세계에 똑같이 만든 것이며 실제 세상의 문제 해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기술이다.

반면 메타버스는 디지털에서 새롭게 구현된 새로운 가상 세계이다. VR, 블록체인 등 신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경제적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두 개념이 방향은 다르지만, 현실 세계와 디지털 속 세상을 연결시켜 우리의 삶을 확장하려는 목적은 동일하다.
 

인공지능(AI)으로 성장하는 이세계

역설적지만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3D 모델링의 단순 반복 작업이 필요하다. 사용자들이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게 하려면 외적인 모습이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그래픽 작업은 디자이너, 모델러들의 굉장한 노력과 장인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했다. 당연히 이와 관련된 기술들은 상대적으로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생성 AI로 순식간에 그림을 만들어 내는 DALL.E

생성 AI로 순식간에 그림을 만들어 내는 DALL.E (출처: openai.com)

하지만 AI의 발전으로 이것 역시 바뀔 수도 있다. 사람 보다 훨씬 빠르게 AI가 모델링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자본은 생성형 AI에 몰리고 있어 메타버스는 뒤로 밀려 있지만, AI의 기술 발전과 함께 가상 세계의 붐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보통 이세계물의 주인공들은 낯선 세상에 들어갔을 때 다양한 스킬을 습득하며 살아갈 방법을 익힌다. 그게 마법이든 혹은 변신술이든 말이다. 소설보다 덜 극적이지만, 사실 우리 역시 조금씩 이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은 더욱 성숙해질 것이고,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낯선 시대 역시 우리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이(This)세계가 아닌 이(異)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 세계에서 이세계로,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