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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TECH COLUMN] 색을 마음대로 바꾸는 자동차, 여기에 숨겨진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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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마음대로 바꾸는 자동차
색을 마음대로 바꾸는 자동차

KEYWORDS
#풀컬러체인지 #전자잉크 #과학기술

여러분은 어떤 색 자동차를 좋아하나요? 좋아하는 색깔이 딱 하나는 아니기에 자동차를 고를 땐 고민에 빠지기 마련인데요. 그런데 만약 색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면 어떨까요? 판타지 같은 상상이지만 이런 자동차가 현실에 등장했습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이번 칼럼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열린 CES 2022에서 BMW는 그레이 스케일(Gray Scale), 즉 흰색에서 검은색 사이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콘셉트카 BMW iX flow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자동차의 여러 부위 중 특정 부분만 다른 색으로 변경할 수 있고, 패턴 형태도 바꿀 수 있어 큰 관심을 끌었죠. 흑백일 뿐이었지만 제품의 색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흑백으로 색상 변신이 가능한 콘셉트카 BMW iX flow (출처 : BMW 홈페이지)

그리고 불과 1년 만인 올해 CES 2023에서 BMW는 아예 풀 컬러 체인저블(Full Color Changeable), 즉 모든 색으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컨셉트 카 BMW i 비전 디(Dee)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혁신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충격이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색깔이 바뀌는 자동차라니. 이렇게 놀라운 기술을 대체 어떻게 구현할 수 있었을까요?
 

어떤 색상이든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콘셉트카 BMW i 비전 Dee 모델 (출처 : BMW 홈페이지)

전기 신호로 색깔을 바꾸는 전자잉크

비밀은 바로 '전자잉크' 기술입니다. 전자잉크(e-ink)는 전기 신호에 따라 서로 다른 전하로 대전된 입자들이 위치를 이동해,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기술입니다. 다소 어렵게 들릴 수도 있는데, 사실 일상에 쉽게 만날 수 있는 기술이죠. 전자책 리더기나 마트에서 제품 가격을 알려주는 전자 가격 표시장치(ESL, Electric Shelf Label) 등이 전자잉크로 되어 있습니다. 
 

전자책 스크린은 흑백 안료가 들어간 화소로 채워져 있습니다.

전자잉크의 장점은 표현하는 글자나 이미지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건데요, 비밀은 바로 전자잉크의 화소 안에 숨은 기술 때문입니다. 화소(Pixel)란 스크린의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입니다. 

이 기술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우선 '전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정리가 필요한데요, 전기의 기본 단위를 전하라고 합니다. 이때 전자가 부족한 원자가 띠는 전하를 '양전하'라 하고, 반대로 전자가 많은 원자가 띠는 전하를 '음전하'라 하는데요. 또한 같은 종류의 전하는 서로 밀어내고, 다른 종류의 전하는 서로 끌어당깁니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말이죠.

같은 종류의 전하는 서로 밀어내고, 다른 종류의 전하는 끌어당기며 화면에 흑백 색상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화소 안에 다양한 안료를 넣어둡니다. 그 중 하얀색 안료는 음(-)전하로, 검은색 안료는 양(+)전하로 대전되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때 + 전기를 인가하는 부분은 다른 극성을 지닌, 즉 음(-)전하로 대전된 하얀색 안료가 모여들게 되어 흰색을 표현하고, 반대로 – 전기를 인가하는 곳은 양(+)전하로 대전된 검은색 안료가 모이면서 검은색을 표현하게 됩니다.
 

전자잉크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햇볕 아래서도 잘 보입니다.

요약하면, 화소 안에 양전하와 음전하를 띤 염료를 넣고, 전기를 흐르게 하면 대전된 안료들이 극성에 따라 움직이게 되고 색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동 원리를 가진 전자잉크가 적용된 디스플레이를 EPD(EPD, Electro phoretic Display, 전기영동디스플레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종이 같은 질감과 밝은 태양광 아래서도 화면이 잘 보이기는 특징 덕에 ‘전자종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자잉크 기술의 장점은 백라이트 같은 별도의 광원이 필요하지 않아 휴대하기 편하다는 점입니다. 또 화면이 바뀔 때만(즉, 잉크 입자의 위치를 변경할 때만) 전력을 필요로 하고 화면을 가만둘 때는 전력이 필요하지 않기에 소비전력이 낮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흑백을 넘어 다양한 색깔을 구현하는 방법

전기 신호는 +(양) 와 -(음) 두 가지고, 그렇기에 백색과 흑색 두 가지 색상을 표현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전기신호만으로 모든 색상을 다 구현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입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색상을 나타내는 입자의 무게가 모두 다르다’라는 점입니다. 실제 흑백을 나타내는 전자종이 기술에서 검정은 카본 나노 입자를 주로 사용하고 백색은 이산화티탄(TiO2)이라는 나노 소재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카본의 비중(무게)은 약 1.8 정도이지만 이산화티탄의 경우 2배 정도 무거운 약 3.9~4.3의 비중을 갖습니다. 

이는 곧 TiO2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압이나 더 긴 전기 신호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즉 서로 다른 색상을 가진 입자가 동일한 전하로 대전되어 있더라도 그 비중이 서로 다르다면 전기신호에 따라 입자들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쉽게 버블티를 예로 들어 볼까요? 버블티에는 다양한 토핑(입자)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를 색상 입자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입자들이 투명한 빨대 속으로 들어가면서 빨대 색이 순간적으로 바뀌게 되는데요. 입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빨대를 빠는 힘을 전기신호라고 생각해 봅시다.

이 때 빨대가 고정된 상태에서 코코넛 젤리같이 가벼운 토핑들은 살짝만 흡입해도 당겨올 수 있지만 타피오카 같이 무거운 토핑들은 같은 힘을 줄 경우 움직이지 않거나 가벼운 입자들에 비해 천천히 움직이게 됩니다. 이렇게 무거운 입자들은 좀 더 세게 그리고 더 오래 흡입해야 비로소 입으로 당겨올 수 있습니다.
 

4가지 안료만으로도 다양한 색상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전자잉크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똑같이 양으로 대전된 두 종류의 입자가 있을 때 전기 신호를 한 번에 주지 말고 펄스(Pulse)로, 즉 띄엄띄엄 나눠서 반복해서 준다고 해봅시다. 그 중 더 가벼운 입자는 전기 신호에 반응해 먼저 이동하겠죠. 무거운 입자는 좀 더 천천히 이동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기 신호를 반복해 주는 사이사이, 전기가 주어지지 않는 구간에선 무거운 입자가 먼저 가라앉습니다. 이런 입자의 성질을 활용해 여러 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상을 함께 표시해 혼합된 색이 보이게 할 수도 있는데요, 황색과 청색을 혼합하면 녹색으로 보이는 식이죠. 집에서 프린터 잉크 넣을 때 4가지 색상 잉크만 구입해 모든 색을 표현하듯이, 전자잉크도 4가지 안료만으로 수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전자잉크 기술

전자잉크는 우수한 소비전력이나 야외 시인성이란 장점을 가지고 있어도 그동안은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어 LCD나 OLED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술 대비 제품화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 전자잉크를 활용한 EPD 기술을 채용하는 다양한 컨셉트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EPD(Electro phoretic Display )의 장점인 저전력을 활용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고 배터리의 무게나 크기도 줄 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태양광 아래에서도 종이처럼 잘 보여 웨어러블 본연의 목적을 더 잘 살릴 수도 있습니다.

전자잉크 잉크 기술로 자유롭게 색상 변화가 가능한 콘셉트카 BMW i 비전 Dee 모델 (출처 : BMW 홈페이지)

전자잉크 기술이 상용화가 된다면 위에서 살펴본 컨셉트 카처럼 제품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날도 머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그 적용 분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궁무진 할 텐데요. 전자잉크 기술이 바꿔갈 미래의 모습은 어떨지 더욱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