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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TECH TALK]채사장님과 함께 떠나는 관념으로의 여행,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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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님과 함께 떠나는 관념으로의 여행
채사장님과 함께 떠나는 관념으로의 여행

KEYWORDS
#채사장 #인문학 #철학
 

여행 좋아하는 분들 많습니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고 지식과 관점을 키워갈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바깥 세계가 아닌 나 자신으로의 여행이 어쩌면 더 큰 인사이트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안녕하세요. LG사이언스파크 사파지기입니다. LG사이언스파크는 사이언스파크 구성원들과 이공계 인재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명사 강연 SP Tech Talk (SP테크토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바로 ‘내 안으로의 여행’이었죠. 강연 연사님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유명한 작가 채사장 작가님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화두를 던지며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어릴 땐 공부 질문, 커서는 연애 질문 혹은 투자 질문, 노년이 되면 건강 질문을 하죠. 어떤 시기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 시간이 지나면 덜 중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조금 더 관점을 넓혀 인류 전체를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나는 무엇일까?

이 심오한 질문에 접근하기 위해서 먼저 준비 운동이 필요합니다. 바로 ‘판단 중지’라는 준비 운동인데요. 우리는 세상을 살며 선입견에 기반해 많은 것을 판단하죠. 그런 선입견을 중지해 보는 것이 준비 운동의 목표입니다.

종교를 믿는 분들은 세상이 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유물론자들은 물질이 전부라고 생각하죠. 그런 것들 모두 선입견이니 잠시 내려놓습니다. 종교인도, 유물론자도 아닌 분도 본능적으로 마음 깊이 가진 선입견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 의식과 무관하게 외부 세계가 실재한다는 생각입니다. 세상이 실재한다는 것도 어떤 면에선 선입견이니 그런 판단도 중지해 봅시다.

내 옷은 내가 아닙니다, 내 몸은 내가 아닙니다

조금 설명을 더하면, ‘나는 누구인가’가 아닌 ‘나는 무엇인가’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를 호도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항상 어떤 답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회사원이다.’ ‘나는 누군가의 딸이다.’ 이렇게 그냥 인간으로서의 답을 가져온다는 것이죠.

우리는 이런 것도 넘어서야 하기에,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힘드니까 쉬운 방법, 즉 본질이 아닌 것들을 걷어내 방식으로 해보겠습니다. 적어도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내가 아니죠. 옷도 내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지만, 옷이 없다고 내가 아닌 것은 아니잖아요. 옷은 본질은 아닙니다. 옷을 벗습니다.

또 하나 관계성이란 것도 내 본질은 아닙니다. 가정에서는 누군가의 아들, 학교에선 학생, 회사에선 직장인이겠죠. 그런데 이건 본질은 아니죠. 내 아버지인 줄 알았던 분이 실제 아버지가 아닌 걸 알았다고 해서 내가 바뀌는 건 없습니다. 학교나 회사를 그만두어도 마찬가지. 관계성 역시 내 본질은 아니니 벗어 둡니다.
 

”자, 모두 벗었습니다.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옷도, 관계성도 벗어내고 이제 여기에 내 몸뚱이만 남았습니다. 서구 실존주의자들은 이것이 본래의 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여기 있다’라는 사실 자체만이 남았다는 것이죠. 우리 중 상당수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뚱이도 내 본질인지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내가 우연히 다리를 잘렸다고 내가 아닌 것은 아니죠. 내가 성형 수술을 해도 나는 나입니다. 육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실제로 내 본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육체를 한번 벗어봅시다. 물론 육체를 실제 벗을 순 없지만 상상으로 벗어봅시다.

육체를 벗었더니 남는 것은 없다고 이야기한다면, 여러분은 실존주의자 혹은 유물론자입니다. 물질만이 본질적이라는 분들인데요.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만, ‘뭔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몇몇 ‘이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억, 정체성, 어떤 느낌이나 의지 이런 정신적인 것이 본질적인 나라고 여기는 분들이죠. 대표적으로 이데아라는 정신세계가 본질이라고 주장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있습니다.
 

기억은 과연 나인가? 기억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는가?

육체를 벗었을 때 남아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기억일 것입니다. 몸이 바뀌더라도 내 기억이 이어진다면 나는 존재하는 것 같으니까요. 현대인들은 기억을 가장 중요한 본질로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SF 영화에서 몸을 잃고 기억만 남은 존재도 자신을 본질이라고 여기곤 하죠.

그런데 만약 내 기억이 달라진다면 내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일까요? 어릴 적 기억을 잃어버리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면? 혹은 새로운 기억을 습득한다면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될까요? 나의 기억으로부터 형성되는 정체성 역시 나의 본질적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억도 벗어봅시다.

옷도 벗고, 육체도 벗고, 기억마저 벗어던졌습니다. 이제 진짜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고민한 분이 불교의 창시자인 고타마 싯다르타입니다. 이제 여긴 아무것도 없는 빈 상태이고, 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옆에 벗어 둔 무더기 속에 있다는 성찰이죠. 고타마 싯다르타는 이 무더기를 ‘오온(五蘊)’이라고 칭했습니다. 색(色, 물질 혹은 몸) · 수(受, 느낌) · 상想, 기억 혹은 생각) · 행(行, 행위) · 식(識, 판단력) 다섯가지가 바로 나를 이루는 요소라고 말했죠. 

채사장님의 강연은 계속 이어지며, SP TECH TALK 참석자들은 자신 속으로의 여행을 더했는데요. 당연히 나라고 생각했던 요소를 하나씩 벗어 던지며 내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실 정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핵심이겠죠. 
 

관념으로의 여행이 중요한 이유

세상은 ‘실제’와 ‘관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경제, 과학 눈에 보이는 것이 실제라면, 종교나 철학처럼 우리의 생각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가 관념입니다. 많은 현대인은 관념에 관심 없이 실제의 세상만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곧잘 누군가 진리라고 쥐여 준 것에 휘둘리며 삽니다. 세상을 보는 힘을 키우고 싶은 분들이라면, 강연 내용이 더 궁금한 분이라면 채사장님의 저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을 읽어 보시면서  관념의 세계로 잠시 여행 떠나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격월마다 진행되는 SP Tech Talk 소식은 LG사이언스파크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접하실 수 있어요.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누는 데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LG사이언스파크 카카오톡 채널도 방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