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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OUNG PROFESSIONALS] 망원경도 현미경도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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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형상 분석 전문가 민경석은 하얀 가운을 입고 무표정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원의 납작한 이미지를 깨뜨린다. 전문성과 자유로움을 모두 지닌 이 시대의 사이언티스트 민경석은 하나의 분야 안에서도 관심 있는 것을 찾아 구석구석 탐색하는 모험가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엔 화학과 물리 안에서 해보고 싶은 걸 찾아 곳곳을 누볐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대학원에서 긴 시간 공부하며 분석 기술에 깊이를 더했다. 회사 바깥에선 댄서로 무대에서 리듬을 즐기기도 하는 자유로운 그는 오늘도 융복합 분석센터에서 미세한 형상을 분석하고 이미지를 남기는 데 집중한다. 민경석은 자신을 "망원경이 되고 싶은 현미경"이라 말하지만, 원하는 바라면 망원경도, 현미경도 너끈히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 가능성을 짐작해 본다.

 

 

“프로는 업무적인 능력과 책임감이 수반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인드가 프로답다는 건 슬럼프에 빠지거나
일에 열정이 줄어들 때도 다시
초심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겠고요.”

 

 

완벽을 기해 원자를 담아내는 일

자기소개는 항상 어렵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어요. 소개해 주실래요?
갑자기 저를 소개하려니 어렵네요(웃음). 저는 LG화학에서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원이에요. 간단히 말하자면 원자 수준에서 데이터를 얻는 일인데, 특히 2차 전지 소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해나가고 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분석 사이언티스트 민경석입니다.

LG화학 바깥의 경석 님은 어떤 사람이에요?
이건 더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동호회에서 보통 맏이 역할이라 '아빠 같다'는 이야기를 곧잘 들어요. 동호회에서 나이가 제일 많아서인지 사람들을 잘 챙기게 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편이거든요.

영 프로페셔널 프로필에 '호기심 많고 욕심과 배려심 많은 열정맨'이라고 소개해 주셨죠. 매사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세요?
네. 다르게 말하면 집중력이 높고 주변에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요즘 제 최대 관심사는 영 프로페셔널이에요. LG화학에서 경험을 쌓아가며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면에선 프로가 되어간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업무를 반복하다 보니 마인드 면에선 프로에 대한 열망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면 더욱 성장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영 프로페셔널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는지, 요즘은 그런 것들이 가장 궁금해요.

마음가짐이 프로라는 건 어떤 의미예요?
프로는 업무적인 능력과 책임감이 수반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맡은 일을 잘하면서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상승 그래프를 그리는 업무 성장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느 순간엔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일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도 과연 저를 프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마인드가 프로답다는 건 슬럼프에 빠지거나 일에 열정이 줄어들 때도 다시 초심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 같아요.

 

 

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입사했다고 들었어요. 학교에선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학부 때 화학, 물리 두 분야를 전공하면 졸업까지 5년 정도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사람이 대체로 그렇듯 마음먹은 것보다 1년을 더 다니게 되더라고요(웃음). 어쩌다 보니 전공과목만 120학점 넘게 듣고, 이수한 학점이 160학점이 넘었어요. 그 이후엔 대학원에 진학해 9년 6개월을 다녔고요. 경험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이것저것 배우고 연구하면서 지냈거든요. 이 기간에 대기업 연구소와 국책 연구소에서도 일을 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산·학·연을 모두 경험한 셈이죠. 그러다 보니 입학부터 졸업까지 통틀어 15년 이상을 다녔네요. 학교에 있을 땐 배우는 게 좋았는데 막상 회사에 오고 나니 현실을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어느 회사나 정년이 있으니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제가 너무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 건 아닌지 문득 회의감이 든 거죠. 근데 생각해 보면 이제는 백세시대를 넘어서 130세까지도 산다고 하잖아요. 수명이 70~80세일 땐 대학 생활 4년이 알맞아 보였지만 130살 사는 세상에 4년만 공부한다는 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신 승리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남들보다 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삶을 배우고 더 많은 앎을 축적했다는 생각이 커요.

학교생활은 어떠셨어요?
여러 분야를 자유롭게 배우면서 보냈어요. 화학 중에서도 제가 관심 있던 건 물리화학이었는데요. 학부 1학년생 때, 지금의 지도 교수님께 "물리화학을 잘하고 싶은데 어떤 강의를 들으면 좋을까요?" 여쭤봤더니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이나 교양도 가리지 말고 열심히 들으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그때 여러 분야를 배우고 탐색한 게 좋은 경험이 됐어요. 지식은 깊으면 깊을수록, 종류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엔 학부생 땐 넓게 배우고 대학원생 땐 깊이 파면서 공부해 나갔는데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꼭 배움을 학교에서 찾지 않을 수도 있을 거고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게 좋은 성적을 얻는 것보다 중요할 거라고 봐요.

 

 

완벽주의를 단점으로 언급해 주셨어요. 그 원인으로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꼽아 주셨죠.
개인적인 얘기지만 어릴 때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선생님이셔서 저는 학창 시절 내내 관심을 많이 받던 학생이었어요. 초등학생 땐 초등학교 선생님인 어머니가 계셨고, 고등학생 땐 고등학교 선생님인 아버지가 계셔서 선생님들도 모두 저를 다 아는 분위기에서 공부해야 했죠. 제가 성적표를 갖고 가지 않아도 부모님께서 성적을 이미 알고 계신 건 당연했어요. 제 학교생활도 훤히 꿰고 계셔서 실수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어떤 면에선 스트레스이기도 했지만, 또 어떤 면에선 실수하지 않고 일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준 계기이기도 해요.

단점으로 언급하셨지만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영역 같아요. 분석 업무는 특히 완벽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확실히 그래요. 분석은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내야만 하기 때문에 꼼꼼함이 중요해요. 완벽을 기하기 위해 시간이 부족할 때도 있지만 신속함 못지않게 신뢰도가 중요하거든요. 분석을 해나가면서 저한테 잘 맞는 직무를 선택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일하고 있으면 마음도 편안해지고요.

형상 분석 분야 중에서도 나노미터 영역에서 사진 찍는 일을 하신다고요. 어떤 직무인지 조금 더 소개해 주실래요?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원자라고 하는 단위가 나오는데요. 나노미터 영역이 원자를 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예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원자 한두 개에서 제품의 성능이 튜닝되고 있어요. 저는 섬세하게 만들어진 개발품을 미세한 나노미터 영역에서 사진으로 찍는 업무를 해나가고 있는데요. 형상을 파악하고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어떤 점을 바꾸어야 더 나아지는지를 판단하는 거죠. 사용자는 품질과 성능으로 제품을 평가한다면, 저희는 나노 영역에서 제품의 특성이나 기술과 연결 지으며 연구해 나가는 거예요.

분석 분야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실무자로서 어떤 면에서 분석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품의 성능은 나노미터 같은 미시 영역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고도화된 분석을 통해 확인해야만 해요. 분석 업무는 어느 한 단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그 범위와 역량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죠. 최근에는 특허 쪽에서도 분석 분야가 중요해졌어요. 고도화된 분석 기술에서 특허가 침해되었는지, 혹은 우리의 특허를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결정되거든요. 특허는 국제적으로 수백억에서 수조 원 단위의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기도 해서 분석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요. 지금 시대엔 분석 전문가가 나서야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따로 있기 때문에 전문 영역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거죠.

 

 

경석 님의 주 분야인 형상 분석에 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분석 분야는 나뉘어 있지만 실은 모두 연결된 하나의 덩어리예요. 무 자르듯 자를 순 없거든요.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거죠. 통상 화학 분석, 물성 분석, 형상 분석으로 나누는데요. 화학 분석은 하나의 물질을 만들었을 때 물질의 화학 성분을 확인하는 분야예요. 물성 분석은 물질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분석하는 일인데, 사람으로 따지면 성격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하고 있는 형상 분석은 사람 외모를 보는 일과 같은데, 얼굴의 점처럼 매우 작은 일부를 자세하게 분석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외형뿐 아니라 자극을 주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도 하면서 상태와 반응을 분석하는 일이죠. 나노 영역에서 사진을 찍으면 형상과 색깔이 보이는데 색 하나하나도 사실 물질의 성격을 반영한 결과거든요. 화학 성분이 물성을 결정하고, 형상으로부터 물성이 달라지기도 하니 결국 분석 분야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거죠.

분석 업무는 LG사이언스파크 공동실험센터(SLC)내 분석센터에서 진행된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곳인지 궁금해요.
LG 계열사에서 분석 업무를 하는 부서들이 모여 교류하는 센터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분석센터가 위치한 건물은 특이하게도 지하 주차장이 없어요. 나노미터 영역의 형상 분석 업무를 위해서는 진동이 없는 공간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과감히 주차장을 없앤 거죠. 분석센터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각기 다른 계열사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모여서 분석 기술이나 트렌드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면서 서로 인사이트를 얻고 있어요.

진동이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진동은 원자 사이 거리가 멀어졌다 좁아졌다 반복하는 것을 말해요. 진동이 있는 상태에서는 또렷한 원자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요. 피사체가 흔들리면 카메라에 담기 어려운 것처럼요. 그래서 진동을 배제하는 환경에서 실험해야 하는데, 일반 사진기는 셔터를 눌렀을 때 사진이 찍히는 방식이지만 원자 이미징을 하기 위해서는 셔터를 누른다고 해도 이미지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려요. 짧게는 10초, 길게는 2분 동안 찍기도 하죠. 그 사이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책상이 흔들려서 진동이 발생하면 결과가 완전히 틀어져요. 학창 시절 때는 진동이 없는 곳을 찾아 이사를 하다가 겨우 안정적인 공간을 얻었는데, 사진 찍는 데 성공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손뼉을 치는 순간 결과가 다 망가진 적도 있어요(웃음).

 

 

연구원으로서의 자아, 주체적인 성장

현재 직무의 뿌리가 예술에 닿아 있더라고요. 고전 작품의 위작을 판별하는 데 과학이 활용된다는 걸 알고 이과 계열에 흥미를 느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제가 어릴 때는 지금처럼 콘텐츠가 많지 않던 시대라 백과사전 보는 게 재미였어요. 그걸 차르륵 넘기다 보면 글보다 그림이 눈에 띄곤 했는데, 거기서 위작을 판별할 때 과학이 사용된다는 걸 알았어요. 미술품은 인문학의 집합체지만 위작을 판별할 때는 과학적인 사고가 중요해요. 더불어 과학수사대가 나오는 드라마를 접하면서 과학이 적용된 넓은 세계를 알게 됐고, 재미를 느끼게 됐죠. 뭔가를 분석하고 "위작입니다." 하는 장면만 보고는 간단한 과정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파고드니 굉장한 공부가 필요한 분야더라고요. 알수록 재미있어서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여러모로 예술과 연관이 깊은 것 같아요. 오랫동안 댄스 동아리를 해왔고 대회도 종종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예체능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미술을 동경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대학생 때는 밴드 동아리도 해봤어요. 많은 예술 분야 중에서도 흥미를 느낀 건 댄스였죠. 만족감도 크고, 운동도 되고, 음악적인 욕구도 채울 수 있고, 예술을 몸으로 표현할 수도 있으니 좋은 취미라고 생각했고 저랑도 잘 맞았어요. 학위 기간 동안 조금 쉬긴 했는데 그 기간까지 포함하면 벌써 15년이나 해오고 있는 취미예요.

 

 

공부도, 춤도 뭘 하나 시작하면 꾸준한 편이군요.
아, 그건 아니에요. 공부는 이것저것 파고들면서 다양하게 접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진 거고 댄스 또한 이 춤, 저 춤 배워보고 장르도 바꿔보면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게 하게 된 거예요. 이것도 꾸준하다면 꾸준한 걸까요(웃음)? 나름대로 변주를 주면서 해나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춤도 원래 재즈 댄스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힙합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걸스 힙합 위주로 연습하고 있죠.

잠깐 상상해 봤는데 굉장히 잘 어울려요. 연구원으로서의 자아와 댄서로서의 자아에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구분을 두고 있나요?
둘 다 잘하고 싶다는 욕망은 같은데, 춤출 땐 회사 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할 땐 춤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일과 취미를 완전히 구분하고 싶거든요. 지금 입사 3년 차인데 1~2년 차일 때는 회사에 빨리 적응하려고 일만 생각했어요. 늦은 시각까지 야근하면서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일에만 매몰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죠. 약속이 없으면 일만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어느 순간 예민해졌다는 걸 자각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일부러 회사와 저를 분리하기 위해 취미 생활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했어요. 그러다 보니 여유가 생기고 안정감이 찾아오더라고요.

영 프로페셔널 프로필에 '비전공자를 위해 과학의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관해 적어주셨죠.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설명하는 걸 좋아해요. 부모님께도 제 직무나 프로젝트 설명을 곧잘 하는 편인데요. 사실 비전공자가 전문 영역을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거든요. 그래서 비유를 곁들여서 쉬운 언어로 설명하곤 하는데, 친구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저절로 훈련된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같은 분야 직원들과만 소통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의사소통 스킬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요. 같은 공학을 전공했어도 사용하는 용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대화할 땐 특히 더 신중해야 해요. 타 부서와 소통할 땐 제 언어로만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언어로 쉽게 말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무심결에 그런 소통법을 사용하는 저를 발견할 때면 대화 기술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아요. 앞으로 더 성장할 거라는 기대도 있고요.

 

 

이쯤에서 3년 차 직장인의 고충도 들어보고 싶어요.
학창 시절에는 하고 싶은 연구를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였어요. 교수님도 터치하는 스타일은 아니셔서 제가 해보고 싶은 연구라면 다 해보면서 지냈거든요. 결과가 잘 안 나와도 기다릴 수 있고, 또 기다려 주는 분위기였지만 회사는 명확하게 해야 할 업무가 있고 마감 기간도 있어요. 최소 인풋으로 최대 아웃풋을 내야 하다 보니 연구원이라는 자아가 점점 약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런 고민을 안고 제 회사 생활을 돌아보게 됐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회사는 제한된 환경 안에서도 저한테 많은 기회를 주고 배려해 주고 있더라고요. 신기술을 개발할 때면 자유롭게 고민하고 연구해 볼 기회가 있고, 해보면 좋을 법한 것들을 권장해 주시기도 해요. 더불어 올해는 연구에도 무게를 두고 직무를 해나가자는 이야기가 팀 단위에서도 나오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고충이 해결되는 듯해서 홀가분해요.

3년 동안 생활해 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할 LG사이언스파크는?
이공계 연구원은 취업을 할 때 수도권에 선택지가 많지 않은 편이에요 서울로 출퇴근을 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매력이죠. 게다가 저는 이 동네에 30년 정도 살았거든요. 운이 좋았죠. 제가 다녀 본 다른 연구소들은 대개 높은 담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외부와의 경계가 철저해요. 출입할 때도 신분증 검사가 필수적이죠. 그런데 LG사이언스파크는 누구나 푸릇한 산책로(융합로)를 걸어 다닐 수 있고, 1층 로비 까지는 각 회사 건물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요. 근처에 식물원도 있으니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요. 이 장소와, 또 이곳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 맺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