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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OUNG PROFESSIONALS] 함께하는 이들과 나란히 걷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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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래기술센터 한승훈은 인간미 넘치는 리더다. 그는 프로젝트를 성사하고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는 팀장임과 동시에 팀원의 성장을 위해 관심을 꺼뜨리지 않는 세심한 사람이다. 팀원을 향한 각별한 마음이 그의 손짓과 말투, 얼굴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보며 행복한 팀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짐작했다. 진취적이고 인간미 있는 리더 한승훈은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신제품의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직접 경험하고 이끌어온 인재다. 최근 전고체전지팀의 리더로 적을 옮긴 그는 또 다른 차세대 전지의 탄생을 매만질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입신양명을 꿈꾼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한결같이 둥글고 부드럽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단단하고 확실하다.

 

 

"과거엔 일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역할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어요.
‘한승훈은 차세대 전지라면 뭘 맡겨도
성공해 낼 인재야!’ 하고 인정받고 싶어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일

영 프로페셔널로 만나게 됐어요. 독자들과 인사 나누어 볼까요?
안녕하세요, LG에너지솔루션 미래기술센터에서 차세대 전지 연구·개발을 맡고 있는 연구원 한승훈이에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빨라서 '진취적인 연구원입니다.'라고 소개하곤 하는데, 주변에서도 인정해 주실 때 특히 기분이 좋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란 어떤 것인가요?
주로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예요. 저는 그동안 리튬황전지를 개발해 왔는데요. 특히나 리튬황전지를 고출력 전지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제안해 왔어요.  물론 제안하기 전에 사전 조사도 하고 믿을 만한 근거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치죠. 아무래도 팀장 직급이다 보니 임원이나 CEO와 소통하게 되는데, 거침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서 진취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 같아요.

회사 바깥에서도 진취적인 편인가요?
다중인격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웃음). 연구원으로서의 한승훈, 아들로서의 한승훈, 아빠이자 남편으로서의 한승훈, 친구로서의 한승훈이 다 다르대요. 제가 봐도 그래요. 아들로서의 한승훈은 열심히 공부하다가 적기에 취업하고, 결혼하고, 평이하게 살고 있는 조용한 사람이지만, 아빠이자 남편으로서의 한승훈은 배우자가 말하길 큰아들 같대요. 좀 많이 풀어지는 편이죠. 요즘은 이런 다중인격적인 모습을 멀티 페르소나라고 좋게 표현하던데요(웃음).

그중 가장 좋아하는 페르소나는 어떤 모습이에요?
만족도가 가장 큰 건 연구원으로서의 저요. 팀원들 말고는 제 이런 모습을 다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저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전 내향적인 사람인데 회사에선 절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회사 생활을 하며 바뀐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어요.

 

 

회사 생활에 굉장히 적극적인 것 같아요. 매일 7시에 집을 나서 출근하는 루틴이라고요.
아침 7시에 밖에 나와 보신 적이 있나요? 7시는 계절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대예요. 여름 7시는 환하고, 겨울 7시는 깜깜해서 그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지거든요. 계절이 변하는 걸 느끼면서 출근하는 걸 좋아해요. 보통 자차로 출퇴근하는데, 어느 날 매일 한 시간씩 차 안에서 저만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유튜브로 경제나 사회 지식을 얻기도 하고, 코미디 채널을 틀어두기도 하는데 그런 시간이 생각을 전환하는 데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더라고요.

점심시간에 식사 대신 잠을 잔다고 하셔서 놀랐어요.
회사에서 아침을 주기 때문에 점심을 걸러도 그렇게 허기지진 않아요. 팀에 사비로 구비해 놓은 간식이 있어서 두세 시쯤 그걸로 보충하기도 하고요. 점심시간엔 오피스가 소등되기 때문에 자리에서 30분 정도 눈 붙이기 딱 좋아요. 사실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 식당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 때문에 대중교통 대신 자차로 출퇴근하는 거기도 하고요.

매일 저녁을 든든하게 드셔야겠는데요. 미리 공유해 주신 업무 내용을 보니 연구와 더불어 협업과 회의도 많은 것 같아요.
미래기술센터는 연구소 조직이라 개인적으로 해야 할 실험이 상당히 많아요. 그러면서도 제품화, 사업화에 관해 논의하려면 협업과 회의가 필수적이죠. R&D는 혼자 진행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특히 2년 전부터는 다양한 유관부서들과 협업할 일이 더욱 많아졌어요. 모듈 관련 기술자는 대전, 과천에 모여 있고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분들은 대전에 계셔서 움직일 일이 많아졌거든요. 과천이나 대전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가고,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도 매달 두세 번씩 가고 있어요. 저는 2016년에 입사했는데 작년엔 처음으로 해외로도 나가게 됐어요.

오늘도 대전으로 간다고 하셨죠?
맞아요. 인터뷰 끝나자마자 바로 KTX를 타야 해요. 제가 근무하는 LG사이언스파크 바로 앞에 공항철도가 있어 서울역까지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어요. 인천공항도 바로 갈 수 있고, 김포공항은 차로 15분이면 도착해서 출장갈 때 특히 편하죠. 이번엔 1박 2일 일정인데, 팀원들은 먼저 가서 상황을 보고 있어요. 오늘 출장은 안전성에 관해 확인하러 가는 업무인데요, 배터리는 특히 안전이 중요해 꼼꼼하게 확인해야 해요. 이제 막 꿈틀거리는 차세대 전지도 안전에 있어서는 예외가 없죠.

 

 

차세대 전지라는 단어는 직관적이지만 정확히 어떤 전지를 의미하는지 정의하기 어려워요. 직접 소개해 주실래요?
사람마다, 분야마다 정의하는 개념이 다를 거예요. 우리가 차세대의 범위를 전부 다르게 생각하듯이요. 지금 상용화된 리튬 전지는 음극에 흑연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엔 무게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실리콘을 사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실리콘양을 늘려서 가벼워졌으니 리튬 전지 분야에선 실리콘 전지를 차세대 전지로 보겠죠. 또 혹자는 아예 리튬을 사용하지 않는 나트륨 전지나 마그네슘 전지를 차세대 전지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재료와는 별개로 구조가 다른 전지를 차세대 전지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차세대 전지는 그보다 훨씬 미래적인 개념이에요. 현재 사용하지 않는 재료이되, 지금 전지보다 이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게가 가볍다든지, 더 안전하다든지, 용량이 크다든지, 부피가 작다든지···.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쓰고 싶어 하는 전지여야겠죠.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데 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면 차세대 전지라고 할 수 없을 거예요.

'사람들이 쓰고 싶은 전지'라고 하셨는데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전지도 있나요?
그럼요.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지는 전지는 찾아보면 분명히 있거든요. 저희가 안 쓰고 있다는 건 이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감성적인 면이 없어서라고 봐요. 저는 이런 모든 조건을 뚫고 만들어진 전지가 차세대 전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는 과거 기준으로 차세대 전지였던 거죠. 저는 혁신이라는 건 파괴를 전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없애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이득이 생기는 개념이라고 보거든요. 이런 모든 개념에 부합하는 전지를 차세대 전지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언제, 누가 생각하느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2019년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난 어쩌다 공학자가 되었는가'를 주제로 멘토링을 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쩌다··· 공학자가 되셨나요?
여기서 멘토링을 한번 해볼게요(웃음). 수학자, 과학자, 공학자 세 사람이 있어요. 옆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 볼 테니 어느 쪽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세요. 먼저 수학자는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1층에서 저 정도 사이즈로 불이 났으면 열은 이 정도 발생했겠군. 그럼 이 정도 물을 부으면 꺼질 거야. 계산 끝.' 한편 과학자는 '저기에 불이 저 정도로 났으니까 오차 범위는 이 정도겠지. 저 불을 끄기 위해서는 몇몇 후보가 있을 텐데, 물을 붓는 게 높은 확률로 좋을 것 같네. 양동이 세 개 분량 정도의 물을 뿌려 볼까?' 마지막으로 공학자는 이렇게 생각해요. '불이다! 우선 양동이를 들고 와서 붓자!'(웃음).
제가 생각하는 공학자는 주어진 문제를 최단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비슷한 예를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나름대로 응용해서 설명했죠. 멘토링할 때 고등학생들이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고민해 보길 바랐어요. 저 역시 최단 시간에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있어서 공학자가 되었죠.

졸업할 때부터 계속 연료전지와 배터리 사이에서 고민한 것 같아요. LG화학에 입사해 연료전지를 연구하다가 지금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는데요. 연료전지와 배터리 사이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저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10년 동안 화학공학과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밟았어요. 대학원 과정 때는 6년간 줄곧 연료전지를 공부했는데요. 그 당시 배터리는 포항공대에서 관심 있게 다루던 분야는 아니어서 흥미는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했어요. 연료전지로 커리어를 밟아야 하나 고민할 때, 연료전지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이 나왔어요. 그 당시 무척 센세이셔널한 일이었죠. 배터리 충전 시간을 단축해서 금세 수소를 채워 넣으니 효율도, 활용도도 높아 보였어요. 마침 LG화학에 연료전지 분야가 있어 입사하게 됐는데 막상 연구하다 보니 화학·화학공학 업무보다는 기계과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조금 더 제 전공에 가까운, 제가 하고 싶은 쪽 직무를 살펴보다가 차세대 전지를 알게 됐어요. 그중에서도 리튬황전지에 관심을 갖게 되어 팀 이동과 동시에 배터리 연구원의 길을 걷게 된 거죠.

 

 

석·박사 시절만 해도 배터리 분야가 각광받던 때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차세대 전지를 연구할 정도로 유망한 분야가 됐어요. 변화를 체감하셨을 것 같아요.
저도 배터리 분야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어요. 지금은 거의 모든 제품에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상용화됐는데 10년 전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죠. 세상이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할지 상상이 안 돼요. 그렇지만 저는 10년 뒤에도 차세대 전지를 연구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제가 연구·개발했던 전지도 전부 다른 전지로 대체돼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떤 차세대 전지가 나오든, 이전에 연구해 온 것들이 뿌리가 될 거라고 봐요. 기존에 사용하던 리튬이온전지 기술이 리튬황전지에 녹아들었듯, 그 이후 나오는 것들도 점점 발전되는 형태로 새로운 세대의 전지를 만들어 가겠죠.

 

뾰족한 목표와 둥근 마음

현재 PL(팀장직)을 맡고 있어요. 어떤 기준을 두고 팀을 이끌어가고 있나요?
팀장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아요. 제가 이전에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저도 팀원들에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간단하게는 제가 해야 할 업무를 팀원에게 떠넘기는 일 같은 거죠. 반면 팀장으로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거예요. 제가 사원이었을 때 의사결정이 차일피일 밀리는 상황을 가장 힘들어했거든요. 결정을 늦추는 건 사실상 결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최대 효율을 위해 신속하게 의사결정해 주는 리더가 되려고 해요. 또한 팀원들 멘탈 케어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눈치가 빨라서 팀원들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는 편인데, 고민이 있어 보일 때 1:1 면담을 나누고 있죠. 몇몇 직원들은 속마음을 터놓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럴 때 저도 찡해져요.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더 편하고 재미있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며 지내요.

팀장이 된 이후 직무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팀장을 하기 전에는 파트 리더라고 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았어요. 파트 리더는 한 파트를 관리하는 역할이지만 팀장은 2~3개 파트를 관리하게 되거든요. 모든 파트의 전문 지식을 어느 정도 익혀야 하고, 업무도 파악해야 해서 그런 과정에서 살펴야 할 것이 많아졌어요. 더불어 인사권이 생겨서 직원 관리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신경 쓰게 됐죠. 팀원들이 성장해 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서 면담을 통해 커리어 패스를 들어보고 도움이 될 만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개인의 성장과 팀의 성장, 나아가 회사의 성장을 두루 살펴보는 게 지금의 제 직무예요.

어떤 팀원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저희 팀은 젊은 조직이에요. 90년대 후반생부터 80년대 중반생까지, 비교적 젊은 친구들로 이루어져 있죠. 나이대가 비슷하고 합이 잘 맞아서 같이 지내는 데는 불편함이 없어요. 재기발랄한 친구들이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고, 그걸 수용하는 팀원들과 팀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거든요. 직급도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요. 보통 연구소는 책임 직급이 많아서 선임이 귀한 편인데 저희 팀은 그 비율도 적절하죠. 업무 연장으로 조금 일찍 퇴근해서 한강으로 피크닉 가는 일도 많아요. 스튜디오를 빌려서 음악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 적도 있고, 1박 2일로 워크숍도 종종 다녀오고요. 제가 업무 외 행사를 기획하면 강제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텐데 팀원들이 기획하고 준비해서 저에게 제안해 준 거라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워크숍에서도 모든 활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했어요. 함께 윷놀이하고, 게임하고, 노래 부르고(웃음). 이런 분위기라 저도 마음이 편해요.

 

 

이런 즐거운 시간을 맞이하기까지 고난의 순간도 있었다고요. 징계받은 에피소드를 공유해 주셨는데, 회복 탄력성이 좋아 그 덕에 팀장까지 맡을 수 있게 됐다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실래요?
어느 날 실험을 하고 있는데 오븐에서 알코올을 증발시키다가 원인 모를 스파크에 의해 불이 났고, '펑' 소리가 나면서 오븐 문이 열렸어요. 다행히 큰 불로 번진 건 아니고 연기와 냄새 정도에서 끝났죠. 인적·물적 피해도 없었고, 실험 중에 생긴 사고라 사고 조사 보고서 정도로 마무리될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곡에 실험실을 꾸린 지 얼마 안 된 시기이기도 했고, 안전에 대해 강조하고 있던 터라 생각보다 해당 사고가 중하게 다뤄졌어요. 제 부주의도 원인이었고, 배기 시설 등 안전 환경도 정비도 필요한 상황이었죠. 신생 연구소라 구조물 등에도 문제가 있었고요.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연구원은 연구원대로 원칙을 지켜 적용해야 한다는 지침 하에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어요. 징계를 받은 거죠(웃음). 그게 2019년 일인데, 그때 당시에는 회사 생활에 바닥을 찍고 이제 저는 연구원으로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제 회복이 빠르더라고요. 한 번 바닥을 찍고 나니 어떻게 해야 제가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됐고,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어떤 노하우였나요?
우선은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어야 해요. 이런 마음가짐은 개인뿐 아니라 실제 연구·개발 성과물을 창출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돼요. '어떻게 해야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에도 부합하는 일이더라고요. 또한 제가 어떤 문제에 빠져 회복하지 못하고 저기압 상태로 회사에 있다 보면 팀원들이 눈치를 보게 되잖아요.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벗어나려고 해요.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계속해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영 프로페셔널에는 신입사원부터 팀장직까지 다양한 직급이 함께하고 있어요. 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영 프로페셔널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영 프로페셔널 첫 모임 때 다른 분들을 보고 저만 나이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걱정했어요. 과거엔 진취적인 젊은 연구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점점 젊다는 말에서 물러나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영 프로페셔널의 영(Young)은 단순히 나이가 적다, 어리다는 의미만은 아닌 것 같아요. 나이가 많든 적든 생각이 젊은 사람은 많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생기가 돌고 활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융합하는 데도 자유로울 것 같고요.

영 프로페셔널 활동은 LG사이언스파크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LG사이언스파크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나요?
저는 2018년 이곳에 와서 건물이 건축되는 걸 계속 지켜봤어요. 바닥 기초 공사부터 인부들이 지나다니는 풍경을 두고 오가곤 했는데요. 그때까지는 LG사이언스파크가 하나의 공간이란 느낌을 크게는 못 받았는데, 건물이 완공되고 거리가 조성되면서부터 활기가 생기더라고요. 연구원을 포함해 지역 주민들까지 사람들이 오가니까 LG사이언스파크만의 문화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곳에는 종종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오픈해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아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 그 자체로 LG사이언스파크가 갖는 의미가 커요.

승훈 님은 입신양명을 목표로 두고 계신다고요. 연구가 사업화돼서 이름 알리는 게 목표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어요?
과거엔 제가 연구·개발하고 있는 제품이 잘돼야 한승훈도 잘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소 근시안적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제 앞에 닥친 일이 무엇이든 그걸 잘 해냄으로써 제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과거엔 일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역할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죠. "연구원 한승훈은 전문성이 있어. 차세대 전지라면 뭘 맡겨도 성공해 낼 인재지!" 하고 인정받고 싶어요. 사실 최근에 전고체전지 팀장으로 발령이 났거든요. 전고체전지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분야예요. 대중에게도 인지도가 있다 보니 사업이 확장됐고 감사하게도 저도 그 여정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능력을 인정받은 거네요, 축하드려요!
감사해요(웃음). 새로운 차세대 전지의 출발을 만들어 가는 역할을 부여받은 건데요. 저희만의 기술력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간 리튬황전지를 어떻게 제품화하고 상용화할지 고민했었으니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가서 전고체전지의 출발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뿌듯하기도 하지만, 팀원 일부와 헤어져야 한다는 게 아쉽고 착잡해요. 그만큼 합이 좋은 팀이었거든요. 그렇지만 다들 맡은 바 최선을 다해서 차세대 전지를 이끌어 나갈 거라 믿어요. 저 역시 새로운 팀에서도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계속 고민해 나갈 거예요.